알코올 든 맥주도 '0.00' 표기…“비알코올 표기 소비자 혼란”

  • 가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숫자·제로 표기 기준 부재
함유 경고 글자 크기 미규정
미성년자 판매도 제재 불가
식약처 사후검사 2년간 0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로 맥주의 모습. 연합뉴스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로 맥주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비알코올 음료 표시 기준이 숫자 표기와 알코올 함유 경고 문구 등의 글자 크기를 규정하지 않아 소비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미국·EU가 '0.0%' 표기를 사실상 알코올이 없는 제품에만 허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1% 미만이면 '비알코올' 표시가 가능해 기준 자체가 느슨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4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전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는 비알코올 표기 개정을 촉구했다.

남 의원에 따르면 현행 '식품등의 표시기준'에는 '0.0', '0.00'과 같은 숫자 표기에 관한 규정이 없어 알코올이 미량 함유된 제품이라도 해당 표기를 금지할 근거가 없다. 최근 카스는 알코올이 0.004% 미만 함유된 논알코올 음료 '카스 레몬스퀴즈'를 '0.00'으로 표기해 출시했다. 그동안 무알코올 음료가 주로 쓰던 '0.00' 표기를 소량의 알코올이 든 음료까지 사용하게 된 것으로, 용어 구분이 어려워 숫자로 제품을 식별해 온 소비자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칼로리나 당류와 달리 알코올에는 '제로' 표기 규정도 없어 알코올 1% 미만 맥주에 '제로'를 붙여 판매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표기 방식 역시 소비자에게 불리하다. 알코올 함유 사실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사실상 '에탄올 1% 미만 함유, 성인용' 문구뿐이지만 현행 기준은 최소 글자 크기나 표시 위치를 정하지 않고 '비알코올' 표현과 같은 크기로 바탕색과 구분되게 쓰도록 하고 있다. 임산부 주의 문구 관련 규정도 없다. 그 결과 대부분의 맥주가 '0.0'을 캔 정면에 크게 표시하고 알코올 함유 문구는 옆면이나 뒷면 귀퉁이에 작게 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올해 9월 시행된 주류 표기법 개정안은 음주운전 경고 추가, 과음과 임신부 음주 위험을 보여주는 경고 그림 도입, 최소 글자 크기 확대 등을 담았지만 1% 미만 음료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비알코올'과 'Non-alcoholic' 표시 허용 기준이 느슨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행 기준은 알코올 함량 1% 미만이면 이 같은 표시를 허용한다. 반면 미국 주류담배세무무역청(TTB)의 맥아음료 표시·광고 규정은 숫자 '0.0%'를 알코올이 전혀 없는 경우에만 쓸 수 있도록 하고 '논알코올' 표시는 0.5% 미만 제품에만 허용한다. EU도 2026년 개정 규정에서 와인의 '0.0%' 표기를 0.05% 이하 제품으로 제한했다.

알코올분 1도 미만 음료는 주세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주류에 해당하지 않아 식품위생법상 일반식품(음료류)으로 분류·관리된다. 이 때문에 알코올이 함유된 비알코올 맥주를 미성년자에게 판매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고 별도 규정도 없다.

남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알코올·비알코올 제품은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사전 검사·검증 제도가 없는 가운데 2024년과 2025년에는 사후 검사도 실시되지 않았다. 마지막 검사였던 2023년 결과를 보면 '0.0'을 제품명에 쓴 5개 제품 모두에서 알코올이 검출됐다. '벨노르망디 논알콜 스파클링 로즈애플' 0.152%, '호가든 프룻브루 로제 0.0' 0.113%, '칭따오 논알콜릭 레몬' 0.100%였고 '호가든 0.0'(0.040%)과 '카스 0.0'(0.025%)에서도 알코올이 나왔다. 이후 2년간 검증이 없어 현재 유통 제품의 실제 함량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표기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회는 2021년 국정감사에서 비알코올·무알코올 표시가 소비자를 현혹한다며 엄격한 관리방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간담회, 자문위원회 외에 확인된 후속 조치는 없었다.

남 의원은 "무알코올·비알코올 음료 시장이 2년 새 2배 가까이 커졌는데도 사전 검사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0.0%'·'비알코올' 표기는 사실상 허용하면서 사후 검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소비자 보호 방기"라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식약처에 △'비'알코올 명칭 변경 검토 △숫자 표기 규정 신설 △알코올 함유 문구의 최소 글자 크기와 표기 위치 규정 신설 △'제로' 표기 기준 설정 △미성년자 판매 규정 신설 △임산부 주의 표시 도입 검토 △비알코올 기준 0.5% 미만으로 강화 등을 촉구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