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기억은 어디에 남는가 - 제2회 부마미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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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효, memory 1979, 2019. 작가 제공 박현효, memory 1979, 2019. 작가 제공

1980년대 민중미술은 미술과 현실의 관계를 정면으로 물었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뿐 아니라 미술은 누구에게 말하는가, 예술가는 자신이 사는 시대 앞에서 어디에 서야 하는가를 질문했다. 그 정신을 오늘 되살린다는 것은 당시의 걸개그림이나 목판화를 그대로 반복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태도다.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보이지 않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예술가 자신도 그 현실의 바깥에 있지 않다는 자각이다.

부마미술제 역시 1979년의 거리와 시위 군중을 되풀이해서 보여주는 데 머물 수는 없다. 기억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역사를 새삼 낯설게 만들고, 다시 질문하게 할 때 비로소 현재가 된다.

박현효의 ‘메모리 1979’(memory 1979)는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부마의 기억을 되새긴다. 화면에는 영웅적인 군중도, 격렬한 충돌도 없다. 무장한 진압경찰의 뒷모습 위로 저녁을 예감하는 잿빛 하늘이 펼쳐질 뿐이다. 작가의 기억에는 마산 3·15의거탑, 부림시장, 창동사거리, 서성동 분수로터리와 함께 “독재타도”, “유신철폐”의 외침이 남아 있다.

그러나 작품은 그 모든 장면을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얼굴을 지운 채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진압경찰과 흐릿한 공간으로 그 시대의 억압을 압축한다. 그 기억은 5·18과 1987년 6월항쟁의 기억까지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어떤 것은 선명하게 남지만 어떤 것은 지워지고, 파편으로 남는다. 그래서 역사를 그린다는 것은 반드시 거대한 사건을 거대한 이미지로 옮기는 일이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오래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읽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마민주항쟁을 기억한다는 것은 1979년을 박제하는 일이 아니다. 그때 시민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그리고 그 질문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되돌아오는지를 묻는 일이다.

자유와 존엄, 권력에 대한 비판, 시민이 스스로 역사의 주체가 되고자 했던 열망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부마미술제가 오래 지속되려면 ‘부마를 그리는 미술제’에서 더 나아가 1979년을 통해 오늘을 보고, 오늘의 현실을 통해 다시 1979년을 읽는 미술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부마는 기념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현재를 비추는 살아 있는 질문이 된다.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기억에, 도시의 거리에, 때로는 그림 속 잿빛 하늘과 등을 돌린 사람들의 몸에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예술은 그 흔적을 다시 보게 한다.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한 시간을 다시 현재에 도착하게 하는 것. 그때 부마는 과거의 이름이 아니라 여전히 끝나지 않은 질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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