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예술 행정 대전환, 부산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서영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문화예술 행정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는 ‘문화예술진흥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됐고, 정부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의 대규모 통폐합 계획을 발표했다. 법률 개편과 기관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향후 국가 문화예술 정책의 구조와 예산, 중앙과 지역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주목할 것은 예술을 바라보는 정책 관점의 변화다. 지금까지 창작활동에 대한 공적 지원이 정책의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창작·제작·유통·시장·기술·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는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 재원 역시 단순한 지원에 머물지 않고 창작-제작-유통-향유-재투자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앙기관 통폐합이 또 다른 중앙집중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여러 기관에 흩어진 권한과 예산을 하나의 거대한 중앙기관이 다시 통제한다면 ‘분산된 중앙집권’이 ‘통합된 중앙집권’으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금 지역이 물어야 할 것은 “어떤 기관을 합칠 것인가”가 아니다. “중앙기관이 가진 사업과 예산, 권한 가운데 무엇을 지역으로 이양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기관 통합과 문화 분권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진정한 문화행정 혁신이 될 수 있다.
부산도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중앙정부의 공모 사업이 발표된 뒤 국비 확보에 나서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문화, 문화예술교육, 생활문화, 예술인 지원 등 지역이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선별해 권한과 예산의 포괄적 이양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부산문화재단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지원금을 배분하고 중앙정부와 부산시의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을 넘어 부산 문화예술 생태계를 설계하고 연결하는 광역 문화정책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술인과 기획자, 문화공간, 대학, 문화기업, 관광·콘텐츠산업, 기초문화재단을 연결해 새로운 협력사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문화예술 현장 역시 정책의 수혜자에서 정책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예술산업 확대 속에서 기초예술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AI 시대 창작자의 권리와 예술의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청년 예술인이 부산에서 창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현장이 먼저 논의하고 제안해야 한다.
부산에는 영화·영상, 공연, 미술, 음악, 축제 등 오랫동안 축적된 문화 자산이 있다. 여기에 해양도시라는 정체성과 관광·콘텐츠산업을 결합할 수 있는 잠재력도 크다. 이제 개별 장르와 지원사업에 흩어진 자산을 하나의 지역문화 생태계로 연결해야 한다.
이번 변화는 향후 10년의 문화예술 행정 구조를 결정할 중요한 전환점이다. 중앙이 기관을 통합할 때 부산은 문화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중앙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 부산은 새로운 문화 분권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부산에 필요한 것은 중앙의 결정을 기다리는 ‘관망’이 아니다. 변화에 앞서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선제적 대응’이다. 문화행정 대전환의 시대, 부산이 문화 분권의 새로운 모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