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부캉이와 기후변화 그리고 해양도시
(주)로컬바이로컬 대표
흑상어 출현은 바다 변화 알려준 지표
기후변화 맞춰 도시 건축 기준 바꾸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방법 고민해야
올가을 부산 북항친수공원은 뜻밖의 방문객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바로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진 상어 때문이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부캉이를 보기 위해 북항친수공원으로 모여들었다. 수로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상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환호했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인적이 드문 수변공간이 하루아침에 부산의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었다. 부캉이 덕분에 부산 북항은 전국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쌓게 되었다. 지난 9월 18일 처음 발견된 부캉이는 몸길이 약 3m의 암컷 흑상어로 확인되었다. 흑상어는 우리나라 연안에도 서식하지만 국제적으로 개체 수 감소가 우려되는 종이다. 계속 부캉이를 보고 싶지만 좁은 인공수로에 장기간 머물면서 먹이 활동과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관계 기관은 여러 차례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상어 한 마리의 출현으로 장소적 관심도가 집중되는 것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되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7년간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약 1.58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 폭의 두 배가 넘는다. 국립해양조사원 역시 최근 36년간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이 약 11.5cm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바다의 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바다의 수온이 변하면 해양생물의 분포와 이동, 먹이 생태계가 달라진다. 기후변화와 함께 진행되는 해수면 상승은 해안 도시의 침수 위험을 높이고 태풍과 폭풍, 해일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 과거의 기후와 해양 환경을 기준으로 계획된 도시와 건축물이 앞으로도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바다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부산이 기후변화에 대한 도시 계획적 처방 또한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 엘베강 하구의 낡은 항만 부지를 재개발한 유럽 최대 규모의 수변도시 프로젝트인 함부르크 하펜시티는 도시 전체의 지반과 기반 시설을 기존 해발 고도보다 약 3m 이상 높은 7.5~8.5m 높이로 성토하여 도시를 새로 건설하였다. 1층과 저층부 주차장 등은 홍수 발생 시 물에 잠기더라도 구조적 문제가 없도록 방수 설계를 도입했으며, 홍수 경보가 발령되면 완전히 밀폐되는 수밀문을 설치하여 기존 고유의 항만 유산과 수변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설계를 진행하였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은 도심 내부로 유입된 물을 임시 저장하는 ‘물 광장’과 저류조를 곳곳에 배치했다. 평소에는 농구장, 공원으로 사용하지만 폭우나 해수면 상승으로 배수가 불가능할 때는 거대한 저수지 역할을 하여 주변 도심의 침수를 막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로테르담은 해수면 상승에 대한 계획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방재 실험실’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헌터스 포인트 사우스 수변공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시 설계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공원은 홍수 때 물을 무조건 차단하는 대신 일부 공간의 침수를 허용하고, 습지와 빗물정원 등을 활용해 침수 피해를 줄이도록 설계됐다. 염분과 침수에 견디는 자생식물을 심어 해안 생태계를 복원하고, 저지대 산책로와 높이를 달리한 보행로를 조성해 시민들의 수변 접근성과 방재 기능을 함께 확보했다.
그동안 부산은 해양도시를 표방하며 해안선을 따라 도로와 항만, 고층건물과 관광시설을 만들어 왔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건축물은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고, 수변공간을 얼마나 아름답고 편리하게 개발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였다. 이제 기후변화는 도시와 건축의 기준도 바꾸도록 요구한다. 해안가의 건축물을 계획할 때 바다와 얼마나 가까운지, 전망이 얼마나 좋은지 보다 해수면 상승과 침수에 얼마나 안전한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해안의 완충 공간을 확보하고, 침수에 취약한 지하 공간과 기반 시설을 개선하며, 폭우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녹지와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공간을 늘리는 도시계획적 처방이 필요하다.
부캉이의 출현은 부산에 새로운 즐거움과 화제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은 사건을 통해 바다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도시공간이 그 변화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듯하다. 진정한 해양도시는 단순히 바다를 끼고 있거나 바다를 많이 개발한 도시가 아니다. 바다의 변화를 이해하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도시여야 한다. 북항을 찾아온 부캉이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일시적인 관광 열풍이 아니라 해양도시 부산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었으면 한다. 이제 부산은 바다를 바라보는 도시에서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도시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