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총리’ 네타냐후 운명은… 트럼프도 동반 시험대
27일 이스라엘 총선 투표 돌입
전쟁 못 끝낸 네타냐후 ‘위태’
결과 떠나 이란전 재개 가능성
전쟁 재촉발땐 국제경제 수렁
26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선거 광고판이 게재돼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와 이스라엘 총선이 몰고올 글로벌 파장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중동전쟁의 향배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선거 뒤 이란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글로벌 정세와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크다.
이스라엘은 27일(현지 시간) 총선 투표에 돌입한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을 시작한 이후 처음 열리는 선거로,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크네세트(의회) 의원 120명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에서는 약 730만 명의 유권자가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정당 명부에 투표하고,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이 배분된다. 최소 4석(득표율 기준 3.25%)의 의석을 확보해야 원내 진출이 가능하며, 기준선을 넘지 못한 정당 및 정당연합의 득표는 사표가 된다.
총선 후 대통령은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당의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총리 후보가 다른 정당들과의 협의를 통해 과반(61석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 총리가 된다. 이번에도 투표를 통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사실상 이번 총선은 19년간 재임한 역대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에 대한 재신임 투표의 성격이 강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 등 외신은 이스라엘 총선과 내달 3일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중동 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모두 대이란 작전이 실패했다는 평가 속에 고전할 가능성이 높은 선거를 치러야 하며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이란 전쟁을 재개할 동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 운동 기간에도 이란 전쟁 재개 의지를 내비쳤던 만큼 선거 이후에도 이런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는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야당간 연립정부보다 자신이 참여하는 국민통합정부(거국연합정부)를 꾸리는 데 주력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대이란 타격 자체가 여전히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고 야당의 비판도 전쟁을 촉발했다는 것보다는 확실히 끝내지 못했다는 데 초점이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는 패색이 짙어진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핵 공격을 받는 인공지능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위기감을 높이고 대이란 공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 이후 이란 공격에 적극 나서려 할 수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작전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선거에서 패하면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오히려 더 커져 이란에 대한 공습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란 전쟁이 재개된다면 중동 정세가 또다시 격랑에 빠질 수 있고, 이는 세계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FT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공세를 강화한다고 해도 이란의 정권교체나 중대한 양보를 끌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반면 역내 대리 세력을 동원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 전반으로 표적을 넓혀가고 있는 이란이 강하게 반격에 나선다면 국제 에너지 가격과 세계 경제에 2차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아직 담수화시설이나 해저 통신 케이블 등에 대한 공격 카드는 꺼내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확전 상황에서 바레인이나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지상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재개되면 110달러선까지 치솟은 국제유가가 또다시 요동칠 수 있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고물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에도 유가 상승은 부담스러운 문제다.
선거 패배와 이란 전쟁 판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랜 우호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과시해온 네타냐후 총리가 물러나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역학관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란 전쟁으로 이미 미국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초당적 지지기반이 균열을 보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의회를 장악하게 된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에도 제동이 걸리고 군사 원조도 삭감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