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세계 점유율 14→25%… 유럽 찍고 한국 시장 노리나
시장 점유율 5년 새 11%P 늘어
독일 3사 중국 내 3분기 판매 ↓
유럽에선 중국 신차 등록 급증
국내 수입차는 중국산 비중 1위
중국 자동차 업계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구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부산모빌리티쇼에 전시된 ‘씨라이언 6 DM-i’ 모습(위)과 중국 체리자동차가 스페인 자동차 업체 에브로(EBRO)와 손잡고 현지 공장에서 만든 차량. BYD코리아·체리자동차 제공
중국 자동차 업체의 약진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글로벌 시장의 구조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 독일 업체가 최대 해외 시장인 중국에서 먼저 밀려난 데 이어 유럽에서도 중국 업체의 판매가 배 넘게 불어나면서, 다음 압박은 한국 시장으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업체의 확장 속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국내 완성차 업계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의 글로벌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업체 국적 기준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4%에서 2025년 25%로 올랐다. 5년 사이 11%포인트(P)가 증가한 것이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의 승용차 내수 소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7% 줄었지만, 같은 기간 수출은 65.8% 늘어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가 집계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4.5% 감소하는 데 그쳤다. 내수 부진을 해외 시장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쪽은 독일 업체다. 각 회사 발표에 따르면 독일 3사의 올해 3분기 중국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39% 줄었다. 폭스바겐그룹의 3분기 중국 인도량은 40만 5800대로 전년 같은 기간(66만 300대)보다 3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인도량은 188만 5300대로 14.3% 줄었다. 1~9월 중국 인도량도 137만 8800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2% 감소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승용 부문의 3분기 중국 판매는 8만 6800대로 31% 줄었고, BMW그룹의 중국 지역 인도량은 11만 4355대로 24.8% 줄었다. 1~9월 누계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벤츠는 29%, BMW는 21.8% 감소했다. 이 여파로 3분기 글로벌 인도량도 BMW가 6.3%, 벤츠가 8% 각각 줄었다.
중국 업체의 공세는 독일 업체의 안방인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 브랜드의 유럽연합(EU) 신차 등록 점유율은 약 6%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의 배 가까이 뛰었다. 유럽 시장(EU·영국·EFTA)의 올해 1~9월 등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BYD가 134.6%, 체리그룹이 255.9%, 리프모터가 424.2% 늘었다. 중국 업체가 저가 중심에서 프리미엄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로 영역을 넓히면서,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스텔란티스는 리프모터와, 아우디는 상하이자동차와 손잡는 등 유럽 업체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과 플랫폼에 기대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신규 등록에서 제조국 기준 중국산 비중은 41.2%로 처음 40%를 넘어 독일(30.1%)을 제쳤다. 다만 이 집계에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테슬라 모델 3와 Y가 포함돼 있다. 중국 브랜드 가운데서는 BYD가 올해 상반기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올랐고,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를 보면 1~9월 등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8.7% 늘어 약 6.8배가 됐다. 지커의 7X는 지난 6월 사전예약 한 달 만에 1000대를 넘겼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자문위원은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5년 안에 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투자은행 UBS는 올해 상반기 22%인 중국 업체의 세계 점유율이 오는 2030년 37%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계는 위기감 속에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5년간 신차 20종을 투입해 연 50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파리모터쇼를 다녀온 한 현대차·기아 차량개발 담당자는 한 내부 행사에서 “심지어 우리도 중국한테 결국은 먹힐 수밖에 없는 구조구나 했다”며 “(다만 직원들의 역량을 보니) 우리가 아직은 희망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변수로는 관세와 애프터서비스(AS)망, 품질이 꼽힌다. EU는 중국산 순수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물리면서도 지난 2월 중국에서 생산하는 스페인 전기차인 쿠프라 타바스칸에는 최저 수입가격 준수를 조건으로 상계관세를 면제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연 35만 대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오는 12월부터 4년간 시행한 점도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 자문위원은 “(중국차) 품질 문제가 있어도 가격이 워낙 싸다”며 “국내 업체는 원가를 계속 절감하고 차종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