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는다” 지역 건설업 곳곳에서 단말마 비명 [벼랑 끝 지역 부동산]

  • 가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공사비·금융 비용 탓 위기 가중
HUG의 PF 보증, 부산 겨우 7%
일감 쏠린 수도권으로 이전 고민
실효성 있는 지역 안배 대책 시급

“그때 서울로 갔어야 했는데…. 그게 가장 후회됩니다.”

직원들이 들고 오는 결재판만 봐도 ‘또 돈 얘기인가 보다’며 덜컥 겁부터 난다는 부산 지역 한 건설업체 대표는 요즘 피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건설은 곧 자본, 자본은 곧 금융’인데, 돈이 융통되고 일감이 몰리는 서울로 몇 년 전 기회가 왔을 때 떠났어야 했는데 향토기업으로서의 자부심, 책임감으로 부산에 남은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고 했다.

최근 지역의 유력 건설사마저도 부도설이 돌 정도로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하고, 건설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토지 등 자산이 있는 업체들은 그나마 헐값에라도 이를 처분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부산을 떠나거나, 문을 닫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막다른’ 상황까지 왔다.

■“도미노 첫 주자가 될 수 없다”

지난 6월 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계획 인가를 받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신태양건설 관계자는 “지금 부산의 건설기업들이 우리가 처음 기업회생을 신청할 때만큼 어렵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부산 A기업 대표는 “다들 힘든 거 서로 뻔히 아는데 그래도 내가 제일 처음 무너져서는 안 된다, 내가 도미노의 첫 블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무너지면 다 같이 무너진다는 심정으로 눈치 보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위기 상황에 내몰린 데는 ‘금융 비용 증가’ 영향도 크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이자 등 각종 금융 비용 증가는 공사비 상승과 함께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되고 미분양 증가와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지게 된다.

B기업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으려고 하면 사업지 일대 시세 등을 따져 보증금액이 정해지는데, 오른 공사비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오래 전 지어진 아파트 가격에 빗대 나와 금액이 턱없이 모자란다”면서 “결국 제2금융권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자는 10%대까지 껑충 올라가 금융 비용 부담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HUG로부터 자료를 받아본 결과 2024년~2026년 7월까지 HUG의 PF 보증액의 65%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었다. 부산은 7.4%에 불과해 광주(9.5%)보다도 적었다.

복 의원은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PF 보증에서 정작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지방 사업장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면서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건설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역 안배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부산 인구가 줄어들어 더 이상 집을 사줄 사람(수요)이 없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지역 건설업은 고사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며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한다. 공사기간이 과거 36개월, 48개월 수준이던 것이 현재는 60개월로 대폭 길어졌고, 공사비와 금융 비용도 올라 분양가는 높아지는데 부산의 젊은 층 인구 비율, 평균 소득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죽도록 버티거나, 부산을 떠나거나

부산 C기업은 서울로의 회사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미 일감의 90%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월 지급하는 인건비가 10억 원가량인데 이 중 부산 사람에게 지급되는 돈은 10%도 되지 않는다. 일감도, 일자리도, 급여도 모두 이미 수도권으로 쏠려 있다.

C기업 대표는 “지역에 일감도 없지만, 있어도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지역 기업들이 문 닫을 위기라 공사대금을 못 받을 공산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도 공사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본사를 아예 서울로 옮길까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C기업뿐 아니라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종합건설업체들도 수도권 이전을 이미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은 특히 투자 대비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커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부산 지역 건설업의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전국 시도 가운데 1위로, 건설 부문의 생산활동이 지역 내 전 산업에 미치는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기업들이 떠나고, 건설업계가 휘청거리면 지역 경제도 흔들린다는 얘기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