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기소 분리해 놓고… '조작기소 특검' 강행 이중성
여, 특검법 오늘 본회의 통과 추진
검찰 개혁 역행, 공소취소 길 닦나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에서 동료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주도 조작기소 특검법 상정 항의 집회를 하던 중 회의장에 입장하는 서영교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연루 사건의 조작기소 여부 등을 수사하기 위한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를 강행한다. 민주당은 3일 의원총회를 열어 특검법 처리를 당론으로 정한데 이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상정을 의결했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특검법은 발효된다. 조작기소 특검법은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 등이 수사·기소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하거나 허위 진술을 유도했다는 의혹 등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수사 대상 12건 중에서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8건이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과 관련돼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작기소 특검법안에 대해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위한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민주당이 당초 발의한 특검법에는 특검이 검사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담겨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사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특검에 공소취소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특검법 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도 지난 9월 기자회견을 통해 공소취소권 조항을 없애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의구심은 여전하다. 특검을 통해 이 대통령 사건에 검찰 권한이 오남용된 정황이 나올 경우 공소취소를 위한 여론몰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수사팀은 309명 규모로 꾸려지고, 수사 기간은 최대 200일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조작기소 특검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맡는다는 점이다. 여당은 그동안 기존 검찰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해체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사법개혁을 추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조작기소 특검에 파견된 공소청 검사에게 수사권을 돌려준다는 것은 여당이 그동안 추진한 검찰 개혁 취지에 역행한다. 더군다나 대통령과 관련된 데다 아직 재판 중인 다수의 사건을 수사할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일반적 상식으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권력 사유화 논란을 촉발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특검법안이 상정될 경우 당일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정기국회에서 논의되고 상정되는 모든 법안 처리 절차에 대한 전면 보이콧과 장외 집회도 논의 중이다. 국회에서 극한 대치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한층 커진 셈이다. 현재 국회엔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민생 법안이 쌓여 있다. 민주당이 이런 상황에 조작기소 특검에 매몰된 자세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집권 여당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치지형이 급변하는 등 국내외 현안도 산적하다. 민주당이 자가당착적인 특검 강행을 철회하고 악전고투 중인 자영업자 등 서민 민생부터 제대로 챙기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