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 추억 깃든 금강식물원, 공공성 살릴 해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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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시설 노후·관리비 부담에 장기 휴원
금강공원·금정산 생태 관광 연계 활성화해야

부산 동래구 금강식물원이 내부 사정에 의해 지난 1월부터 무기한 휴원에 돌입했다. 금강식물원 전경. 이원준 기자 lwj@ 부산 동래구 금강식물원이 내부 사정에 의해 지난 1월부터 무기한 휴원에 돌입했다. 금강식물원 전경. 이원준 기자 lwj@

국내 1호 민간 식물원인 부산 동래구 금강식물원이 9개월째 휴원 중이다. 1969년 향토기업 성창 창업주 고 정태성 회장이 ‘나무로 번 돈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뜻으로 사재를 출연해 만든 시설이 운영난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 공간은 반세기 넘게 시민 휴식처이자 생태 교육의 현장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민간 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한때 연간 25만 명에 달했던 방문객은 지난해 7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시설 노후와 안전 문제, 관리비 부담에다 인근 금강공원 동물원과 놀이시설 폐업이 겹쳐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시민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자 금정산 생태관광 축을 잇는 자산으로서의 보존 대책이 절실하다.

식물원은 해송·적송 등 세월의 더께가 앉은 노거수로 빼곡하다.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는 생태 자산이 사라지게 놔둬서는 안 된다. 금정산 국립공원 출범으로 생태 관광이 주목을 받는 지금이 금강식물원의 재생을 논의할 적기다. 부산시는 금강공원 재정비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며 식물원을 비롯한 사유지를 매입해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동래구는 교육친화공원 조성과 숲속도서관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숲세권’ 기대도 적지 않다. 금강식물원을 금강공원과 금정산, 동래 역사문화권을 잇는 도시형 생태·교육·휴식 거점으로 재편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지난해 폐쇄됐던 세종 금강수목원이 최근 세종시와 충남도의 운영비와 인력 분담 합의로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가치 있는 녹지 자산을 행정 협력으로 되살린 점이 주목된다. 미국 매디슨의 올브리치 식물원은 시가 비영리 단체에 모금·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위탁해 활성화에 성공한 경우다. 금강식물원이 폐쇄냐 시 직영이냐는 양자택일에 갇히면 길을 잃는다. 한편 금강식물원의 회생 방향으로 다른 공공시설과의 규모 경쟁보다는 금정산 국립공원 식생과 연계된 특성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또 서울식물원처럼 공원까지 결합한 도시형 보타닉 가든으로의 전환까지 다방면의 검토가 필요하다.

반세기 넘게 시민을 품은 숲이 수익성에 휘둘려 닫힌 공간이 될 것인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생태·문화 자산으로 거듭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금강식물원 회생 해법은 유연해야 한다. 사유지를 매입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법부터 장기 임차, 공공 위탁, 비영리 전문조직과의 공동 운영까지 다양한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부산시와 동래구는 금강공원 재정비를 식물원 문제와 별개로 다뤄서는 안 된다. 금강공원의 재도약은 금강식물원을 살리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핵심은 금강식물원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고 시민 접근성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공공적이되 전문성과 지속 가능성이 더해지는 부산형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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