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 칼럼]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던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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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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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의 본질은
신뢰의 위기
공소 취소·연임 개헌 논란
국민의 눈에는
권력에 취한 오만으로 비쳐

국민의 신뢰 회복하는 건
진정성 증명하는 길뿐
국정 쇄신의 출발도
퇴임 후 재판받을 각오부터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통합은 유능함의 지표이고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며 “국민의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 세력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 것”이라고도 했다. 2025년 6월 4일 대통령 이재명의 취임 일성은 ‘모두의 대통령’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광장이 둘로 갈라진 상황에서 팬덤 정치에 특화된 특정 진영의 수장 이미지가 강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보다 ‘내란 청산’을 앞세울 경우 국론 분열이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정쟁으로 날을 새기에는 국가적으로 헤쳐나가야 할 안팎의 위기 상황 또한 녹록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인사로 통합을 실천했다. 윤석열 정부 인사였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이례적으로 유임시켰다. 민주노총 출신 노동부 장관을 앉히면서도 대기업 출신 장관을 등용해 균형을 맞추고 외교 라인에도 ‘자주파’와 ‘동맹파’를 공존시켰다. 그러면서도 국민 눈높이나 야당, 우리 지지층 안의 기대에 못 미치는 측면이 있다며 몸을 낮췄다. 야당 대표와 식사도 하고 국회 시정연설에 꼬박꼬박 참석해 야당 의원들에게도 먼저 악수를 청했다. 취임 1년의 국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배경이다. 60%대의 높은 지지율이라는 숫자로도 뒷받침됐다.

그러던 지지율이 3개월 만에 반 토막 났다. 여당 내부에서도 지지율 하락의 속도와 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지목하는 원인은 우선 부동산과 주식이었다.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7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는데 무주택자만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유능함’의 상징이던 주식시장도 하락 반전하며 지지율 추락과 궤를 같이했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자신의 호주머니가 가벼워지는데 좋아할 국민은 없다. 공소 취소와 연임 개헌,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지지율 하락이라는 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고 그래서 해법 찾기도 어렵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 숙고할 수밖에 없다. 집권 초 안정적이던 국정이 흔들린다면 그 초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의 마음까지 얻은 그 초심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신뢰 추락의 트리거가 된 게 ‘공소 취소’가 아니었나 싶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4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31명 명의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이 발의됐다. 그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좋게 이야기해서 자신감, 달리 말하면 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본다. 이 지점에서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진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사익을 쫓는 대통령’이라는 국민적 불신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 불신은 연임 개헌 의혹으로 확대되며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 결과는 ‘모두의 대통령’은커녕 진영 내에서조차 ‘반쪽 대통령’으로 전락하는 비극이었다.

지지율 반등을 꾀하며 단행한 집권 2년 차 개각이 인사 참사로 귀결되고 있는 것도 ‘사익을 쫓는 대통령’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 대표를 법무부 수장으로 내세운 것 자체가 그 프레임을 단단하게 만든 꼴이다. 대법관 제청과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심각한 신뢰의 위기다.

이 대통령은 위기 돌파를 위해 90분간 굳은 표정으로 국민 앞에 섰다. ‘국민은 언제나 옳다’며 지지율 하락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다시 몸을 낮췄다. 연임 생각은 없다며 선을 그었고 공소 취소 논란에 대해서도 특검의 권한 중 기존 기소 사건에 대한 처분을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오직 국민만 믿고 국정에 임하겠다며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소 취소와 관련해서는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정작 필요한 건 퇴임 후 재판받을 각오였을 텐데 말이다.

결국,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한 수용 여부는 ‘언제나 옳다’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추석 ‘차례상 민심’의 화두이기도 할 것이다. 어찌 됐든 추석 연휴가 대통령의 신뢰와 국정 동력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통령의 실패는 개인 이재명의 실패가 아니라 국민의 실패이고 그 고통 또한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냥 지켜만 보기에는 국민이 그에게 맡겨 놓은 시간이 아직은 너무 많이 남았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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