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서 수출 넓힌 K방산, 사우디서 ‘현지화’ 승부
한국투자증권 “사우디, 천무·천궁-II 도입 주요고객”
한화, 현지 생산·기술이전 앞세워 K9·타이곤 공략
KAI, KF-21 등 항공 플랫폼으로 수출 영역 확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4일 경남 창원2사업장에서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의 성능을 시연하고 사업장을 공개했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천궁-II의 발사관이 제작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화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된 한국 방산업계의 중동 수출 확대 흐름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무기체계 수출을 발판으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등 협력 범위가 넓어지면서 방공 체계에 이어 지상장비와 항공 플랫폼까지 수출 전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미 한국산 다연장 유도미사일 천무와 지대공 요격 미사일 천궁-II를 도입한 주요 방산 고객으로, 최근에는 단순 무기 구매를 넘어 현지화와 신규 전력 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국 방위사업청과 사우디 군수산업청(GAMI)은 2025년 지상장비·함정·전투기 등 대규모 전력 증강 사업을 대상으로 통합 현지화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사우디가 2030년까지 국방 지출의 50% 이상을 현지화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한국 방산업체들도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수출 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화는 2025년 9월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총괄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현지 생산·기술 이전을 기반으로 사우디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 맞춤형 K9A1 자주포와 타이곤 장갑차 등 지상체계를 제안한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6년 1월 사우디 공군과 KF-21을 비롯한 항공 플랫폼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리야드 사무소를 확대하고 현지 생산과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체계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 수출 실적도 추가 수주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미 천무를 운용하고 있으며 2023년 11월에는 천궁-II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체계에 대한 운용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후속 물량뿐 아니라 새로운 무기체계로 수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한국 방산의 대형 수출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화는 최근 UAE 방산기업 EDGE와 장거리·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인 L-SAM, M-SAM(천궁-II), 천무 등을 대상으로 주요조건합의서(Term Sheet)를 체결했다. 양측은 통합대공망 구축을 위해 합작법인 설립과 단계적 현지화, 현지 생산 가능성 등을 협의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와 EDGE의 협력이 지난 11월 방공 미사일 방어와 장거리 정밀타격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에서 시작해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UAE에 공급한 M-SAM과 천무의 추가 공급과 함께 L-SAM이라는 신규 품목으로 수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지화가 중동 방산 수출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기 도입과 동시에 자국 방위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현지 생산시설과 공급망 구축, 기술 이전 등을 포함한 사업 구조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장남현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쌓은 수출 레퍼런스가 후속 계약과 신규 국가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며 “또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수출 품목과 사업 규모 역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UAE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시장에서 추가 대형 수출 계약이 순차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하면서 동유럽과 중동 등에서 입증한 제품 경쟁력과 납기 대응력에 더해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을 통한 사업 확대 가능성을 주목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