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AI 시대와 노인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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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수 신라대 명예교수

“AI가 모든 인간을 죽일 수도 있다.” 미국 AI 회사 앤트로픽의 전현직 연구원들이 최근 경고한 말이다. 인류가 수십 년째 풀지 못한 밀레니엄 수학 난제를 AI가 푼 이틀 뒤에 나온 말이라 더 충격적이다. 급기야 AI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이해 속도보다 빠르고 개발자의 통제 능력을 넘어서는 불안한 사태를 우려해 앤트로픽·오픈AI·스페이스XAI·구글 딥마인드 4개사 수장들은 한결같이 개발 속도를 늦추도록 주장하고 나섰다.

AI는 돌봄과 복지에 기여도 하지만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재난적 일상으로 내몰 수도 있다. AI 시대가 되면서 노인은 점차 보호받지 못하고 생활할 곳을 잃어버리는 일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병원 예약을 앱으로 해야 하고, 은행 업무는 모바일로 하며, 정부 서비스도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음식점은 키오스크를 사용하며, 교통도 모바일 앱으로 예약하고 일자리도 AI 활용 능력을 요구한다면 어느 순간 노인은 자신이 살아온 사회에서 오히려 고립된 이방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디지털 국경을 넘지 못해 갈 곳도 없어지고 로그인을 할 수 없어 시스템에 접근조차 되지 않아 알고리즘의 감옥에 갇히며 ‘난민’의 처지가 되는 것이다.

거대한 1000만 시니어 시대에 노인이 난민이 되는 첫 번째 경우는 디지털 영역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은행 창구, 병원 진료 예약 및 수납, 공공서비스, 식당, 택시 및 철도 이용에서 노인은 커다란 장벽을 만난다. 필수 생활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노동시장의 난민이다. 단순 사무, 계산, 고객 응대, 자료정리, 운송, 금융상담, 행정업무 등이 AI와 자동화의 영향을 받아 소중한 일자리를 잃게 되고, 새로운 기술과 직업교육이 고령자에게 원활하지 못해 일자리 전환의 기회도 상실하는 위험에 처해진다. 세 번째는 돌봄의 난민이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로 내달리는 우리나라에서 건강관리, 낙상 감지, 복약 관리, 스마트홈, 돌봄, 상담, 원격의료 등을 점차 AI와 로봇이 대체하면서 낯선 돌봄 환경에 놓이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네 번째는 관계의 난민이다. AI가 대화 상대가 되면서 상호적 인간관계와 소속감, 정체성을 잃어버리며 외로움과 소외만 키우게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AI가 만든 ‘보이지 않는 노인’이다. 대개 노인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AI가 의료, 금융, 복지, 채용, 보험 등을 판단하는데 노인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알고리즘 연령차별을 발생시킬 수 있다. 즉, 데이터 난민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는 사람이 필요 없는 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AI 덕분에 사람이 더 존중받고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노인이 난민이 되지 않는 AI 시대, 그것이 진정한 초고령사회 기술혁신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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