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줄고 빚 늘고… 의정갈등 후유증 앓는 지역 국립대병원 [전국 국립대병원 제출 국감자료 분석]
부산대병원 수술 건수 감소율 전국 1위
지난해 수술 2023년보다 37.6% 감소
전공의 태부족… 소아청소년과 1명뿐
경상국립대병원은 누적 부채 규모 최다
지난해 부담한 연간 이자 비용만 105억
부산·경남 국립대병원의 의정 갈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한 대학병원의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부산·경남의 국립대병원이 의정갈등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건수와 병상가동률이 급감했고, 빚도 크게 늘어 경영난이 심화했다. 특히 부산대병원의 수술 건수 감소는 전국 최고를 기록했고, 경상국립대의 금융 부채는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공의 복귀 이후 일부 여건은 개선됐으나, 필수 의료를 중심으로 의료 공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병원 수술 급감 전국 최고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대병원의 수술 건수는 2023년 2만 2417건에서 2024년 1만 3669건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1만 3991건으로 2023년보다 37.6% 적었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전국 국립대병원 10곳 가운데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이어 충북대병원(-37.4%), 경북대병원(-32.6%), 전남대병원(-30.1%) 순이었다. 부산대병원의 수술 건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8589건에 그쳤다.
회복 속도에서도 차이가 났다. 국립대병원 10곳의 수술 건수는 2023년 19만 3213건에서 2024년 12만 8231건으로 33.6% 줄었다가 지난해 14만 5810건으로 13.7% 늘었다. 부산대병원은 2024년 39.0% 감소한 뒤 지난해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북대병원은 2만 4478건에서 3만 3341건으로 36.2%, 서울대병원은 1만 5824건에서 1만 7581건으로 11.1% 늘었다. 경남 진주의 경상대병원은 1만 1386건에서 1만 883건으로 오히려 4.4% 줄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상대적으로 전공의 충원율이 높았던 편이라, 의정갈등 사태 여파가 컸다”며 “특히 마취 인력 부족 등으로 수술 건수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병상가동률 회복도 더디다.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국립대병원 9곳의 평균 병상가동률은 2023년 73.6%에서 2024년 56.4%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도 56.4%를 기록했다. 부산대병원은 2023년 70.3%에서 2024년 54.7%로 떨어졌고, 지난해 56.9%로 2023년보다 13.4%포인트(P) 낮았다. 경상국립대병원은 75.4%에서 52.9%로 22.5%P 떨어져 충북대병원(29.8%P)에 이어 하락 폭이 두 번째로 컸다. 지난해 병상가동률이 70%를 넘은 곳은 제주대병원(72.0%) 한 곳이었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올해 들어서는 병상가동률이 75%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재정난도 부산경남 심각
지역 국립대병원의 재정난도 심각하다. 이들의 누적 금융 부채가 1조 5000억 원을 돌파한 가운데, 경상국립대병원은 전국 주요 국립대병원 중 누적 부채 규모가 가장 컸다.
6일 〈부산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전국 주요 국립대학교병원 금융 부채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9개 주요 국립대병원의 누적 금융 부채(차입금 잔액)가 총 1조 582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별로는 경상국립대병원의 누적 금융 부채가 3392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대병원은 1235억 원으로 8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연간 이자 비용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경상국립대병원이 부담한 연간 이자 비용만 105억 원에 달했으며, 부산대병원은 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부채 위기는 장기화한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이탈과 이로 인한 진료량·의료 수익 급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필수의료 전공의는 아직 부족
전공의 복귀 이후에도 의료 현장에서는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정원 305명 가운데 현재 근무 인력은 207명으로, 100명 가까이 부족했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전공의는 1년차 1명만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있어야 전문의가 양성되고 병원에 남을 인력도 생기는데, 소아청소년과나 심장혈관흉부외과 등은 지원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립대병원 16곳의 의사 정원 충원율은 73.5%였다. 부울경 지역의 경우 △부산대병원 79.4% △양산부산대병원 86.6% △경상국립대병원 64%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창원경상국립대병원만 의사 정원 충원율 100%를 넘겼다.
부산의 한 의료 전문가는 “소아과는 신생아중환자실을 빼고도 응급이나 일반 진료를 볼 수 있는 전문의 숫자가 필요 인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며 “단순히 의사 수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