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쏟아진 프랑스 Z세대 “국가 교육이 죽어간다”

  • 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프랑스 전역 26만 명 시위 동참
교육 인프라 부족 등 개선 요구
과잉 진압논란에 시위 더 과격
빚더미 앉은 佛 정부 진퇴양난

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북쪽 생드니에서 교육 환경 개선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 도중 진압 경찰과 충돌이 발생했다. EPA연합뉴스 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북쪽 생드니에서 교육 환경 개선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 도중 진압 경찰과 충돌이 발생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에서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26만 명 가까이가 거리로 나왔다. 직접적으로는 교육 인프라 부족이라는 열악한 교육 여건으로 인해 촉발되긴 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중동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국가 재정 불안과 AI 붐이 부추긴 채권시장 불안, 정치 불안정 등 사회의 혼란상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리 도심에서 행진에 동참한 19세 릴리아는 AFP 통신에 “젠지(Z세대)가 일어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귀 기울여 듣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교육 현장의 불만을 총체적으로 수집하고 해결해 나가겠다고 약속하면서 자제를 호소했으나 시위는 커지고 격해지고 있다.

대규모 시위가 조직된 6일에는 수도 파리뿐 아니라 마르세유, 리옹, 릴, 낭트, 스트라스부르, 렌, 툴루즈 등 전국 도시들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시위는 이번 사태가 시작된 이후로 가장 큰 규모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시위에 파리 5만 6000명 등 25만 6000명이 참여한 걸로 집계했다. 주최 측은 그보다 훨씬 많은 45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오전부터 곳곳에 학생들이 몰려들어 시위를 시작하며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10대 청소년이 플래카드와 연막탄을 손에 들었다. 시위자들이 학교 앞이나 거리에 친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이고 진압 경찰관들이 이를 끄는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시위자들은 경찰관을 향해 발사체를 쐈고 경찰은 군중 해산 및 진압을 위한 최루탄, 물대포 등도 투입했다.

학생들이 든 플래카드에는 “우리의 교과서 아래에는 분노가 있다” “정치인들은 어디 갔나? 우리의 존재를 알긴 하는가?” 등이 쓰였다. “국가가 국가교육을 죽이고 있다” “무시당하는 학교, 희생당하는 청년” 등이 적힌 플래카드도 있었다.

교사들은 물론이고, 시위에 참여하는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학부모와 가족들이 거리로 나선 모습이다. 툴루즈에선 학부모들이 행진의 앞줄에 섰고, 한 학부모는 티셔츠에 ‘부모도 나왔다’는 글귀를 붙였다.

경찰 과잉 진압 논란이 더해져 학생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지난달 30일 16세 학생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오른쪽 시력을 잃었고 지난 5일 15세 학생이 손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렌에서 동료들과 함께 시위에 동참한 교사 로맹 씨는 AFP 통신에 “동료 약 30명과 함께 우리가 목격한 경찰의 잔혹함에 대해 대화했고, 우리가 필요한 우리 학생들의 곁에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생우앙로몬에서 시위 도중 14세 남학생에게 최루탄을 쏴 중상을 입힌 혐의로 경찰관이 기소됐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 남학생은 치아 대부분을 잃었고 안면부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진압 과정에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내사 중인 사건이 10건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학생 215명과 경찰관 71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프랑스 내무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시작된 이후 체포된 사람은 6100명이고 대다수가 미성년자다. 미성년자 1483명을 포함해 1800여 명이 기소됐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의회에서 “폭력에 관용의 여지는 없다”며 폭력적으로 변질된 시위를 비판했다. 그는 “학교를 불태우는 게 학교를 개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시위 주도 단체 중 하나인 고등학생연합(USL)은 현재 1800개 고등학교가 봉쇄되거나 교육부에 의해 폐쇄된 상태이며, 대학의 90%가 봉쇄됐다고 말했다. USL은 성명에서 학교 긴급 예산 100억 유로(약 15조 원) 배정, 교사 대규모 신규 채용, 고등교육 정원 15만 명 증설 등 그간 해온 요구 사항을 거듭 강조했다.

USL은 당국 청원이나 (평화적) 시위와 같은 다른 학생 행동만으론 우리 정치 지도자들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치인이 ‘폭력적인 소수가 학생들을 선동한다’는 식으로 사태를 몰아가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르코르뉘 총리는 각 부처에 학생들의 주요 요구사항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막대한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로 긴축적 예산안을 준비하고 있어 교육 부문에 대대적인 투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