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칼라 백지화에 마음 상한 지역 상공계
클래식문화재단 꾸려 기금 조성
라 스칼라 공연 30억 기부 의향
초청 무산돼 기금 사용처 사라져
“기부 저조해 철회” 발표가 화근
상공인들 “포상은커녕 매도” 분통
시, 반발 사자 “오해” 진화 나서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공연이 무산된 후 지역 사회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 철회를 발표한 후 지역 사회 파장이 인다. 시는 철회의 이유 중 하나로 저조한 기부 실적으로 인한 시 재정 악화를 꼽았는데, 공연 성사를 위해 클래식문화재단까지 설립했던 부산 상공계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문화계의 후원자 역할을 해 왔으나 이번 발표로 공연 무산의 책임이 전가됐다는 것이다. 시는 부산 상공계의 기부에 더해 추가로 대기업과 해외 협찬 등을 추진했지만 경기 악화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15일 부산시와 상공계에 따르면 민선 8기부터 시작된 해외 초청 공연에 대해 부산 상공계의 기대는 상당했다. ‘클래식 도시’에 뜻을 모은 기업인들은 100억 원을 목표로 지난해 클래식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단기간에 8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기금을 조성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 지역 메세나(문화예술 후원) 활동에 앞장서 온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과 퓨트로닉 고진호 회장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클래식문화재단은 지난 4월 당시 후보였던 전 시장을 만나 라 스칼라 초청을 위해서라면 최대 30억 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지난 14일 시가 라 스칼라 공연을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자 상황은 달라졌다. 시가 철회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부와 협찬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까닭이다.
그간 기금 모금을 주도해 온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은 시가 추가 기부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도 없으면서 기업 탓을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신 회장은 “충분히 그럴 의향이 있는 상공인도 많은데 시로부터 가타부타 도와달라는 요청 한 번 들은 적 없다”며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면 현판에 이름을 새겨주지는 못할 망정 후원자들을 이렇게 대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신 회장을 비롯해 부산 상공계의 사회 공헌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30 월드엑스포 유치전 당시에도 부산 기업들은 십시일반 130억 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조성해 유치를 독려하기도 했다.
클래식문화재단 이사장인 퓨트로닉 고진호 회장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 회장은 “성공적인 클래식 도시 부산을 위해 펀딩을 해왔는데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느냐”며 “라 스칼라 초청 공연은 무산됐지만 향후 더 좋은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기금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상공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시와 별도로 기금을 모아 직접 오페라단을 초청해 시민에게 선보이자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 부족을 명분으로 공연을 철회했다 상공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시는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라 스칼라 공연은 무산됐지만, 향후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 가능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는 클래식문화재단 기금을 비롯해 상공계의 꾸준한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는 ‘기부가 저조했다’는 발언이 상공계를 겨냥한 것이 결코 아니며, 기타 대기업 등의 외부 협찬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지방선거 초기부터 라 스칼라 공연은 고액의 해외팀 초청이라는 식으로 낙인이 찍히면서 소매 위주의 대기업들이 협찬을 꺼린 것도 사실이다. 시는 클래식문화재단 외에도 대기업 3~4곳을 상대로 행사 협찬 요청을 했다. 그러나 경기 불황 등을 이유로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클래식문화재단에 추가 기부를 요청할 수도 있었지만, 오페라하우스 초청 공연에만 후원이 몰릴 경우 부산의 중소 공연과 행사 후원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오페라하우스 건설 현장을 찾아 인부들까지 챙겨주신 클래식문화재단의 노고를 폄하한 발언은 결코 아니다”라며 “대기업 협찬은 생각만큼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페라하우스와 클래식에만 부산 내 기부와 협찬을 집중시킬 수도 없어 어렵게 내린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