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노쇠’ 단계에 근력 운동·영양 개선·질환 관리하면 도움

  • 가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노쇠와 근감소증
70대부터 근육량 감소 시작해
임상노쇠척도 1~9단계로 평가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감소’
단백질 섭취·식후 산책 등 필요

최근 노인의학에서는 나이 자체보다는 신체 기능과 영양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능적 연령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진은 부산 시내 한 공원에서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최근 노인의학에서는 나이 자체보다는 신체 기능과 영양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능적 연령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진은 부산 시내 한 공원에서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같은 고령자라도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고, 만성질환과 신체기능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 최근 노인의학은 신체·인지기능, 만성질환, 영양상태, 사회적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능적 연령’을 중요하게 여긴다. 부산 동아대학교병원 신보경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노년기 건강 관리에 대해 들어봤다.

 

■노년기 ‘기능적 연령’ 중요

60대는 대부분 독립적 생활이 가능하고 사회·경제활동을 지속하며 운동 등에 관심이 높다. 신 교수는 “60대는 앞으로 20~30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만성질환을 적극 관리하며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70대가 되면 개인별 건강 상태에서 차이가 난다. 근육량 감소·근력 저하·골다공증·관절 질환이 나타날 수 있고,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건강 지표가 되기에 낙상 예방이나 근감소증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80대는 개인별 건강 상태의 편차가 커진다. 여러 만성질환으로 약 종류가 늘어 ‘다질환·다약제’ 문제가 생긴다. 근감소증·노쇠·인지기능 저하 위험도 커진다. 건강을 잘 유지하는 80대도 있기에 ‘고령으로 적극적 치료가 어렵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노쇠 정도·기대여명·치료 후 얻는 이득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90대 이상의 초고령층은 질병의 완벽한 치료보다는 삶의 질과 기능 유지가 중요하다. 신 교수는 “지나치게 엄격한 혈압·혈당 조절, 불필요하게 많은 약은 오히려 어지럼증이나 낙상, 저혈당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치료의 목표도 수치 정상화보다는, 현재 기능과 독립성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쪽으로 달라져야 한다.

 

■‘경도 노쇠’부터 일반적 노쇠 판단

노쇠는 노화나 질병과 달리 조기에 발견해 운동·영양·사회활동 등을 복합 관리하면 회복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신 교수는 “임상에서는 신체활동, 일상생활 수행능력, 질병 상태 등을 종합해 1단계부터 9단계까지 평가하는 ‘임상노쇠척도(CFS)’를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1~3단계(매우 건강·건강·잘 관리되는 상태)는 비교적 건강하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4단계(매우 경도의 노쇠)는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이전보다 활동이 느려지고 피로를 쉽게 느끼는 변화가 나타난다. 5단계(경도 노쇠)부터는 일반적으로 노쇠가 있다고 판단하며, 장보기·집안일 등에서 도움이 필요하기 시작한다. 6단계(중등도 노쇠)는 집 밖 활동이나 목욕 등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7단계(중증 노쇠)가 되면 일상생활 전반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8단계(매우 중증 노쇠)는 작은 질병에도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9단계(말기질환)는 노쇠 정도와 별개로 기대여명이 6개월 미만인 말기질환 상태를 의미한다.

신 교수는 “노쇠 단계가 높아질수록 낙상과 입원, 기능 상실과 사망 위험이 함께 증가한다”며 “4~5단계 초기 노쇠에 근력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 영양 개선, 만성질환과 복용 약물 관리를 하면 노쇠 진행을 늦추고 기능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년기 건강 좌우하는 ‘근력’

근육은 혈당을 조절하고 에너지를 소비하며 뼈를 보호한다. 근육은 몸이 질병이나 수술 같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게 돕는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뿐 아니라 근력과 신체기능이 함께 감소하는 질환이다. 근력이 떨어지면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어진다.

근감소증은 심혈관질환과도 관계가 있다. 신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서 근감소증이 동반되면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근육이 줄면 기초적 신체활동이 어려워진다. 활동량이 줄면 식욕과 영양이 저하되고, 추가적인 근육 감소를 부르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진행하면 노쇠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근감소증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신 교수는 “신체활동 감소와 대사 이상, 염증 등 여러 요인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근감소증이 있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낙상과 장애뿐 아니라 사망 위험도 유의하게 높다”며 “노년기에는 근육을 지키는 것이 곧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고, 건강수명을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감소증은 단순히 인바디에서 ‘근육량이 적다’고 나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근육의 양과 힘, 실제 움직이는 능력을 함께 평가한다. 근육량 감소와 함께 근력 저하 또는 신체수행능력 저하가 있다면 근감소증으로 진단한다. 근육량·근력·신체수행능력이 모두 저하되면 중증 근감소증으로 분류한다. 특히 악력은 전신의 근력과 향후 건강 위험을 잘 반영하기에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이다.

 

■‘건강한 노화’ 위한 습관 만들기

일부 연구에서 70대 이후 남성에서 근감소증 유병률이 더 높아지는 양상이 관찰됐다. 여성은 남성보다 절대적인 근육량이 적기에 비교적 이른 연령부터 근감소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남성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근육 예비력’이 고령으로 갈수록 빠르게 감소한다. 높은 근육량에서 출발한 만큼 고령기에 감소하는 근육량과 근력의 폭이 클 수 있기에 남성도 근감소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빠르게 감소한다. 노년기에 질병으로 입원한 뒤 ‘병은 나았는데, 걷지 못하게 됐다’는 경우가 그 예이다. 부족한 영양, 특히 단백질 섭취 부족이 근육 감소를 부른다. 나이가 들면 식욕이 떨어지고, 치아·소화 문제 등으로 식사량이 줄어들기 쉽다. 복용하는 약물도 근육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고령자는 다약제 복용 상태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 교수는 잘 먹고, 계속 움직이고, 근육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중 60kg 노인이라면 하루 약 60~72g의 단백질 섭취가 권고된다. 달걀·생선·살코기·두부·콩·우유·유제품 등을 매 끼니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 신장질환이 있다면 개인별 조절이 필요하다.

먹고 나서 바로 움직이는 습관도 중요하다. 식후에 근육을 사용하면 혈당 상승을 줄이고 전체 활동량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식사를 마친 뒤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집안일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신 교수는 식사 속도도 중요하다며 “한 끼를 20분 이상 천천히 먹으면 과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년기의 건강관리 목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내 다리로 걷고, 내 힘으로 일어나고, 원하는 음식을 먹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건강한 노화’라고 할 수 있다”고 신 교수는 전했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