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화염 뒤덮인 프랑스… 극우도 극좌도 “네 탓”

  • 가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노란 조끼 필두 55만 명 시위 참여
1800여 명 체포, 1명은 심정지 사망
교육 환경·고물가·긴축에 반발
파리 곳곳 방화와 약탈도 발생
마크롱 “분노와 수치심, 정당화 불가”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 상승과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민 소요 사태로 도시 일대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 상승과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민 소요 사태로 도시 일대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 상승과 교육 환경 악화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 과정에서 상점 약탈과 공공건물 방화 등이 잇따랐고 18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격화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폭력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며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18일(현지 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에는 프랑스 내무부 추산 55만 명, 주요 노동조합인 노동총연맹(CGT) 추산 80만 명이 참가했다. 2018년 정부의 유류세 인상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발로 시작돼 수개월간 프랑스를 뒤흔든 ‘노란 조끼’ 운동에 동조하는 시민들도 가세했다. 파리를 비롯한 도시에서 대규모 행진이 이어진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공공건물을 공격하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폭력 사태도 발생했다.

파리 중심부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일부 매장의 쇼윈도가 파손됐으며, 프랑스 곳곳에서 건물 방화와 상점 약탈 등이 잇따랐다. 일부 과격 시위대는 명품 매장과 슈퍼마켓을 약탈하고 경찰차와 경찰관을 공격하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당국은 시위 과정에서 1800명 이상을 체포해 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에서는 시위 참가자 1명이 심정지로 숨진 것으로 전해지지만 당국은 건강 문제에 따른 사망으로 시위대 간 충돌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9월 하순 노동계층이 밀집한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교사 부족과 과밀 학급, 열악한 학교 시설, 과도한 수업 일정 등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후 노동계와 농민 등이 합류하면서 생활비 상승과 유가 급등, 정부의 긴축 재정 정책에 항의하는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특히 치솟는 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따른 서민·청년층의 불만이 시위 확산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CGT는 물가 인하와 임금·연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지지했고, 유가 상승과 농업 생산비 증가에 반발하는 시민과 농민들도 동참했다. 프랑스 정부의 공공재정 위기로 복지 제도 유지와 교육 투자 확대에 제약이 생긴 가운데 긴축 정책에 대한 반발까지 겹치면서 사회적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대규모 시위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주자들이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놓고 여론에 편승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대선 후보군 중 지지율 선두인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정당한 사회적 요구가 또다시 극좌파에 의해 악용됐다”며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 프랑스(LFI) 대표가 소요 사태를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반면 멜랑숑 대표는 언론이 폭력 충돌 장면만 부각하고 있다며 “모든 것이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고 수만 명이 차분하게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8일 대국민 연설에서 약탈과 폭력 사태에 대해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며 “어떤 것도 이를 정당화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으며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 행위에 가담한 이들과 정당한 요구를 내세운 시위 참가자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어떻게 프랑스 국민이 프랑스에 이런 짓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장과 중앙정부가 임명한 지방행정 책임자에게 특정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폭력 사태와 관련한 정보 수집 및 경찰의 대비 태세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