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일로 마산 부림시장 한복 골목] “옛날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는데, 이젠 한 집 건너 폐점”
60~80년대 경남 최대 한복 상권
매출 전성기의 10%에도 못 미쳐
21일 ‘한복의 날’ 축제에도 암담
실제 소비로 연결시킬 방안 시급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1층 한복 골목이 손님 없이 텅 비어 한산하다.
“이제 우리 가고 나면, 이 골목도 같이 없어지지 않겠나.”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 부림시장 1층 한 골목에서 만난 전시점(85) 씨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폭 1m 정도에 길이 90m 안팎의 이 골목에는 형형색색의 한복이 줄줄이 진열돼 있었다. 5평 남짓한 점포를 60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전 씨는 “옛날에는 손님들이 밀려 들어와서 대기하곤 했는데, 요즘은 어쩌다 하나 팔 정도”라며 부림시장 한복 골목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점포임대’ 안내문도 곳곳에 붙어 있었다. 과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는 골목은 한산했다. 간간이 손님이 오갈 뿐, 상인들은 대부분 점포에 앉아 TV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3대째 한복 장사를 이어온 점포도 이날은 사장이 몸이 아파 문을 열지 못했다.
부림시장 김종철 상인회장은 “생활 여건이 달라지면서 한복 시장 자체가 사양 산업이 됐다”며 “지금 남아 있는 한복점 상인들도 달리 할 일이 없어 마지못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부림시장 한복점 매출이 과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물가 상승까지 고려하면 자산가치는 과거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한때 경남 최대 한복 상권으로 꼽혔던 부림시장 한복 골목이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혼수 문화와 한복 소비 방식이 바뀌면서 점포가 줄어든 데다 상인 고령화까지 겹쳤다. 남은 상인들은 달라진 수요에 맞춰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구한말 노점상으로 운영됐던 부림시장은 1924년 공설시장으로 공식 인가를 받았다. 이후 한복과 의류 등을 취급하는 지역 대표 상권으로 성장, 1960~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이때쯤 마산 한복 골목은 경남을 대표하는 혼수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혼수 문화가 바뀌고 기성복과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하면서 한복 골목의 위상도 달라졌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점포들이 남아 있지만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과거 부림시장에는 주단집이 60여 곳에 달했고, 한복집도 30여 곳이 들어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은 주단집과 한복집을 합쳐 22곳뿐이다. 점포 수가 4분의 1로 쪼그라들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상인들도 대부분 70~80대 어르신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어 상권 자연 소멸까지 우려된다.
정부에서는 전통 한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일상 속 착용을 장려하기 위해 매년 10월 셋째 주를 ‘한복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한복의 날은 오는 21일이다.
마산에서는 이보다 앞서 지난 11일 한복 축제를 개최했다. 이번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진행해 온 지역 축제 ‘하모예’와 연계해 ‘부림 KFESTA’로 추진했다.
특히 백일장 참가자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과거시험을 재현하는 이색 행사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입은 한복도 대부분 빌린 것이어서 실제 한복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행사 기간 방문객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침체한 한복 골목의 상권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 관계자는 “축제를 통해 부림시장과 한복의 가치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제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라며 “한복 골목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상인들과 함께 방문객 유입이 점포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