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동 침수 피해가 인접 바다 매립 탓?…거제시민들 “인과 관계 따져보자”
고현동 일대 건물주와 상인 등
8·17폭우피해대책위원회 구성
실질적 피해 복구·예방책 촉구
고현항 매립 인과관계 규명도
지난 8월 18일 오전 11시께 거제시 최대 번화가인 고현동 중앙로 일대 상가에서 전날 폭우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부산일보DB
지난 8월 광복절 연휴 쏟아진 극한 호우에 물난리를 겪은 경남 거제시 고현동 일대 건물주와 상인들이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실질적인 피해 복구 지원과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특히 전문기관을 통해 인접한 고현항 매립사업과 침수 피해 연관성 규명에 집중하기로 했다.
고현동 임대사업자와 상인들로 구성된 ‘8·17폭우피해대책위원회’는 최근 창립총회를 열어 권순옥 전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사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앞으로 추진할 6대 핵심 사업계획을 의결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주요 사업은 침수 피해 전수조사와 차별 없는 보상, 고현동 2차 매립의 영향 분석, 수로·배수시설 개선 등이다.
첫째는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대책위는 건축물과 지하실, 지하 주차장, 상가, 차량은 물론 엘리베이터와 전기·기계설비 피해까지 관계기관이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 피해자가 증빙자료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현장 확인을 통해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자연재난 피해 지원 제도에서 금융·부동산업과 유흥주점업 등 일부 업종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대책위는 업종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지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개선하고, 피해 실태에 맞는 보상과 재난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수 원인 규명도 숙제로 꼽았다. 대책위는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에 따른 2차 매립 전후의 지형과 배수환경, 빗물 흐름, 배수시설의 용량 및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짚었다. 매립이 이번 침수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전문기관이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현항 재개발은 항만 기능을 상실한 고현항을 매립해 해양관광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특수목적법인 빅아일랜드인거제PFV(주)가 2015년 첫 삽을 떠 2018년 1단계 16만 6511㎡, 2020년 2단계 28만 694㎡, 2024년 1월 3단계 15만 1931㎡ 매립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는 항만재개발에 따른 기존 도심 침수 우려를 해소하려 배수펌프장을 신설해 거제시에 기부했다. 이 시설은 분당 320t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 6대로 시간당 11만 5000t의 빗물을 바다로 배출한다. 50년 빈도 강우인 시간당 93mm에 대비한 설계였다.
하지만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8월 17일, 고현과 장평동에는 오전 1시 32분부터 1시간 동안 124.5mm에 달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1시간 강수량으로는 거제 기상관측 이래 최대치다. 펌프장 설계 한계를 훌쩍 넘어선 셈이다.
지난 8월 18일 오전 11시께 거제시 최대 번화가인 고현동 중앙로 일대 상가에서 전날 폭우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부산일보DB
매립지가 기존 땅 대비 1~2m가량 높게 조성된 데다, 하필 만조까지 겹치면서 기존 도심 상가는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특히 지하 점포는 지상 계단까지 물이 찼다. 대책위는 매립과의 인과관계를 비롯해 배수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자연재해 영향뿐 아니라 지형 변화와 배수시설 기능 등 여러 요인을 함께 검토하기 위한 전문기관 용역이 필요하다”면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수로 신설·확장, 배수관로 정비, 배수펌프 증설, 우수저류시설 설치 등 구체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