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참패에 탄핵론 고개…트럼프 “추진 땐 민주당 파멸” 경고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 연회장 공사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말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 직후 자신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며 민주당에 경고장을 날렸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의회 조사와 탄핵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치적 역풍을 경고하며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백악관 연회장 건설 현장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우려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조금도 안 한다”며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민주당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화당의 패배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 확대보다 이란 전쟁과 물가 상승 등에 따른 유권자 불만에서 비롯됐다고 드러내기도 했다. 탄핵 강행 시 지지층 결집을 통해 반격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도 민주당의 탄핵 조사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층에 힘을 실어줄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도 두 차례 탄핵소추를 당했다. 2019년에는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압박한 의혹으로, 2021년에는 1·6 의회 폭동 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상원에서 파면에 필요한 찬성표를 확보하지 못해 탄핵심판에서 무죄 결정을 받았다.
이번에도 탄핵이 실제 파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상원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인 67명 이상이 유죄에 찬성해야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4일 기준 상원 의석 54석을 확보했다. 개표가 끝나지 않은 알래스카와 미시시피에서 모두 승리해 56석으로 늘리더라도 공화당 의원 최소 11명의 동참이 필요하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당장 탄핵보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의회 조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하원의원 중 단 한 명도 나에게 탄핵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생활비 부담 완화와 책임성 확보에 끊임없이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상원 의석 부족을 이유로 탄핵보다 의회 조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와 로 칸나 하원의원 등 일부 진보 성향 의원들은 헌법 위반 의혹 등을 이유로 탄핵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내년 1월 제120대 의회 출범 이후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측근 등을 겨냥한 조사에 본격 착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위법 정황이 드러나면 민주당 내부의 탄핵론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