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어 설까지…” 광복절 폭우 피해 거제 아파트 이재민 복귀 해 넘긴다(종합)
주요 부재 결함 보강·개축해야
이재민 119명 귀가 해넘길 듯
사유시설이라 복구비도 큰 부담
거제시 “가능한 지원책 검토 중”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서 수해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복구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주민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lwj@
광복절 연휴 쏟아진 극한 호우에 단지 뒤 비탈이 무너져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친 경남 거제시 옥포동 아파트(부산일보 9월 1일 자 1면 등 보도)가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추가 보강 시공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두 달 넘게 집 밖을 전전하고 있는 입주민 100여 명의 기다림도 결국 해를 넘길 전망이다.
5일 거제시 등에 따르면 폭우에 유실된 토사에 직격탄을 맞은 삼도로얄맨션 104동 정밀안전진단에서 시설물 안전등급이 ‘E’(불량)로 판정됐다. E등급은 주요 부재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올해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8월 17일 새벽 시간당 100mm를 웃도는 기록적 폭우가 일대에 쏟아졌고, 오전 4시 20분께 단지 꼭대기에 자리 잡은 104동 뒤편 비탈이 붕괴해 1·2층 8가구를 덮쳤다. 순식간에 밀려든 흙더미에 20대 남성이 매몰돼 숨졌고 50대 여성과 60대 남성이 크게 다쳤다.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과 거제시 관계자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복구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주민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lwj@
이후 두 달여에 걸친 정밀안전진단 결과, 당시 밀려든 수천t 규모 토사에 건축물 저층부 주요 벽체 등 손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도로얄맨션은 1994년 준공된 구축 아파트다. 그나마 지반이 단단한 암반층이어서 서 있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상부 구조물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 가뜩이나 노후화된 상태서 상당한 충격이 가해지면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대로 사용할 경우, 시설물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입주민 복귀 시점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사고 당일 주민대피령에 따라 집을 떠난 104동 53세대 주민 119명은 지금까지 원룸, 모델 등 임시거처에서 떠돌이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추가 보강 공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연내 귀가 여부도 불투명하다.
집을 눈앞에 두고도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한숨을 내쉰다. 이웃의 대피 외침에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와 두 달째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입주민은 “추석도 밖에서 쇘는데, 설까지 여기서 지내야 할 판”이라며 “언제 돌아갈지 모른다는 점이 더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복구도 산 넘어 산이다. 아파트는 사유시설이라 소요 비용은 소유자인 입주민이 부담해야 한다. 최소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입주자 대다수가 경제 활동이 어려운 고령자라 여의치 않다. 실 입주민들로 구성된 ‘104동 주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당장 일하는 주민이 손에 꼽을 정도다. 남은 건 이 집뿐인데, 어디서 그 큰돈을 마련하겠나”고 반문했다.
거제시는 재해기금 1억 7000만 원을 투입해 붕괴된 비탈 응급 복구를 마쳤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미 붕괴 사면 응급복구에 재해기금 1억 7000만 원을 투입한 상황에 원칙적으로 소유자 몫인 건축물 보강에까지 오롯이 재정을 투입할 경우, 지방재정 부담을 가중하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 사례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일부 자부담을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원해 일단 급한 불을 끄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오는 12일 주민설명회를 열어 공사 비용과 주민 장기 이주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안타까운 현실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무턱대고 지원했다간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입주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한 지원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