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양도시의 혁신] 캐나다 해양 항만 혁신 이끄는 민간 주도 쌍두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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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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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캐나다 핼리팩스 해양클러스터

해양기술 실증 테스트베드 ‘코브’
운송·물류 분야 리빙랩 ‘더피어’
주정부 소유·항만공사 산하 불구
운영은 민간 단체·물류회사 위임
민간 기업 네트워크 최대한 활용
스타트업 키우고 대기업과 연결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항만에는 민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해양기술 테스트베드 ‘코브(COVE)’가 있다. 여기에는 선박 접안 안벽과 해상 전력 공급 설비가 갖춰져 있어, 기업들이 항만 앞바다를 곧바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 코브에서 기술 개발을 마친 기업은 실증과 상용화를 지원하는 개방형 리빙랩 플랫폼 ‘더피어(THE PIER)’를 통해 대기업과 연결된다. 위에서부터 테스트베드 항만, 코브와 더피어 건물.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항만에는 민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해양기술 테스트베드 ‘코브(COVE)’가 있다. 여기에는 선박 접안 안벽과 해상 전력 공급 설비가 갖춰져 있어, 기업들이 항만 앞바다를 곧바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 코브에서 기술 개발을 마친 기업은 실증과 상용화를 지원하는 개방형 리빙랩 플랫폼 ‘더피어(THE PIER)’를 통해 대기업과 연결된다. 위에서부터 테스트베드 항만, 코브와 더피어 건물.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맞는 올해 2026년은 단순한 개항 기념을 넘어, 앞으로 100년 이상 이어질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 정책을 새로 설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부산을 중심으로 남부 해양수도권 구축이라는 국가 정책을 주도하는 한편, 항만 도시 부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과 인재, 자본이 모이고 해양수산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작동하는 거대한 해양수도권 생태계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일보〉는 지난달 10일 창간 80주년을 맞아 부울경을 아우른 해양수도권이 창의와 혁신, 역발상의 정신으로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해양수도 대전환’ 기획 시리즈 5회를 보도했다. 이어 4회에 걸쳐 부산 등 남부권이 해양수도권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과 대안을 글로벌 해양도시들의 혁신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해양수도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기업’이다. 그러나 ‘동북아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의 기업지원 정책은 공공 주도로 건물을 짓고 입주를 유도하는 ‘공급자 중심 하드웨어 방식’에 집중돼 있다. 지원 기관간 정책 목표가 엇갈려 지원이 중복되고, 공공기관 위주의 정형화된 공모 과제는 기업이 당장 필요로 하는 고객사 매칭이나 투자 유치 등 현실적 비즈니스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퍼실리테이터(촉진자)’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2018년부터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는 ‘민간 주도 생태계’를 앞세워 북미 해양기술 거점으로 도약했다. 민간 연결망으로 스타트업의 R&D 실증을 돕고 글로벌 잠재 고객과 직결시키는 소프트웨어 중심 모델이 그 비결이다.

■스타트업 수요에 맞는 R&D 발굴

코브(COVE·Centre for Ocean Ventures and Entrepreneurship)는 민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해양기술 실증 테스트베드다. 핼리팩스항 바로 앞에 자리한 코브 건물에는 장비 창고와 시제품 가공 시설, 사무공간이 들어서 있다. 특히 건물 바로 앞 부두에 선박 접안 안벽과 해상 전력 설비를 완비해, 항구 앞바다 자체가 기업들을 위한 ‘실해역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시설 소유권은 주정부에 있지만 운영 전반은 민간 비영리단체인 IORE(Institute for Ocean Research Enterprise)가 전담한다. 순환보직 공무원이 관리하는 부산시 산하기관과 구별된다. 담당자가 바뀌지 않으므로, 일관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지원이 가능하다. 상주 입주 기업은 60여 곳이지만, 인턴십과 현장 실증 등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협력사는 700곳에 달한다.

코브는 단순 공간 임대를 넘어 스타트업의 잠재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술 수요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할 기술 개발을 위해 중소기업의 R&D 프로젝트를 직접 매칭·지원한다. 고객사는 정부가 되기도 한다. 대표 사례가 캐나다 해군과 협업한 ‘민간 선박용 모듈식 대잠 소나(Sonar) 시스템’이다. 미확인 잠수함을 탐지·추적할 전용 군함이 부족했던 캐나다 해군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함정을 추가 건조하는 대신, 코브 입주 기업들과 손잡고 일반 민간 선박 후방에 간편히 탑재할 수 있는 컨테이너형 모듈식 소나를 개발해 냈다.

제임스 켄(James Ken) 코브 디렉터는 “정부가 관료 조직을 만들어 산업 생태계를 직접 관리하려 들면 막대한 예산 낭비와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비영리 민간 중개자가 산업계와 행정을 잇는 구조여야 정부 예산을 획기적으로 아끼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단절 없는 유연성과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난제’와 ‘스타트업 기술’ 직결

코브에서 기술 개발을 마친 기업은 2021년 출범한 리빙랩 ‘더피어(THE PIER·Port Innovation, Engagement, and Research)’에서 구매력을 갖춘 대기업과 만날 수 있다. 핼리팩스 항만공사(Halifax Port Authority) 주도로 개소한 캐나다 최초의 운송·공급망·물류 분야 리빙랩이다. 항만공사 산하지만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 PSA 핼리팩스, 캐나다 국영철도(CN) 등 대형 물류 기업이 운영 주체이자 수요자로 직접 참여하고 있다.

스타트업만 모아놓은 국내 지원기관과 달리, 이곳에선 대기업이 현장의 물류 병목이나 친환경 전환 과제를 던지면 스타트업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곧바로 판로를 연다. 대기업은 외부 혁신을 수혈하고 스타트업은 확실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상생 구조다. 국적과 상관없이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50여 회원사가 연결된 이 생태계에 매료돼 미국 알래스카에서 본사를 옮겨온 기업도 있다. 더피어에서 만난 인공지능 기반 해양기후 분석 스타트업 폴아틱(PolArctic LLC)의 레슬리 커내버라(Leslie Canavera) 대표는 “산업·정부·학계가 긴밀히 얽혀 혁신을 이끄는 핼리팩스로 지난 6월 본사를 이전했다”며 “현지의 고급 기술 인력을 지속해서 고용·확보하는 데도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은 지원과 자원 분배에 집중

핼리팩스 모델에서 공공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해외 판로를 열어주고 참여자 간 협업을 조율하는 ‘서포터’다. 재정 지원도 민간이 구축한 코브나 더피어의 프로그램에 펀딩이나 무이자 대출을 매칭하는 방식이다. 대서양캐나다기회청(ACOA)과 연계해 활동하는 트로이 솔러(Troy Sawler) 캐나다 무역관은 “정부는 1만 7000여 명 규모의 글로벌 무역관망을 가동해 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돕는다”며 “생태계 내 수많은 기관이 정부의 공통 목표 아래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시 산하기구인 ‘핼리팩스 파트너십(Halifax Partnership)’ 역시 105개 이상 민간 기업·학술기관이 출자해 이사회를 주도하는 독립형 민관합작 모델이다. 핼리팩스 파트너십은 해양 기술 등 핵심 산업의 기업 투자 유치와 원스톱 밀착 지원, 인재 유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네이선 레어드(Nathan Laird) 핼리팩스 파트너십 투자협력 디렉터는 “예산은 연방·주·시 3단계 정부의 공공 재정과 민간 자금을 매칭해 쓰지만, 민간의 기민함과 민관의 재원을 결합해, 기업 유치부터 인재 정착까지 1:1 맞춤형으로 연결하는 독립기구”라고 강조했다.

핼리팩스(캐나다) 글·사진=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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