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나지 않은 부산형 전세사기 구조적 문제 해결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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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담보 형태로 해결 난망·금융 부담
특정 법인 연속 개발 점검 장치 마련을

부산 연제구 도시철도 연산역과 부산시청 사이 오피스텔촌.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연제구 도시철도 연산역과 부산시청 사이 오피스텔촌. 정종회 기자 jjh@

2023년 6월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부산에서는 전세사기 피해 건물의 13%에 피해자 절반 이상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가 2023년 6월부터 지난 9월 8일까지 집계한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결정 현황’을 보면 부산 전역의 주택 476개 동에서 3934건의 전세사기 피해가 인정됐다. 피해 주택 중 한 건물에서 피해 기록이 20건 이상인 곳은 전체의 13%인 63개 동에 불과했지만, 이들 건물에서 전체 피해 기록의 53%인 2088건이 쏟아졌다. 기존 빌라를 대량 매입한 무자본 갭투자가 많은 서울과는 전혀 다른 유형이다. 부산형 전세사기는 소수 임대인이 여러 세대를 한꺼번에 위험에 빠뜨리며 집단적 피해를 유발한 것이다.

부산의 전세사기 피해가 일부 건물에 집중된 이유는 특정 임대인이 구분 등기된 주택의 호실을 상당수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산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임차인들의 피해 구제를 더디게 하는 ‘공동담보’와 연계돼 있다. 공동담보는 집주인이 여러 채의 집을 한꺼번에 담보로 묶어 대출받는 방식이다. 경매에 넘어가면 여러 집의 경매 대금과 은행의 채권 회수액 등을 따져야 해 세입자가 돌려받을 보증금을 가늠하기 어렵다. 공동담보가 더 악성인 이유는 살던 집이 낙찰돼도 함께 묶인 다른 호실들의 경매가 끝날 때까지 지원금 수령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회복 시점을 알 수 없는 데다 금융 부담도 가중돼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부산 전세사기 피해 건물 상당수는 정비구역과 가까운 상업지역의 신축 비아파트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정비구역의 주택은 임대인의 소극적인 관리로 주거환경이 슬럼화돼 거주 불확실성이 크다. 이에 비해 정비구역 외곽에 소규모로 개발된 신축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 등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쾌적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피해자 대부분인 2030세대가 신축 다세대주택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공동담보까지 설정됐을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한 채 계약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법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한 일부 임대인의 악랄한 수법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빼앗긴 미래’의 고통에 여전히 갇혀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

부산 전세사기를 일부 악성 임대인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 건설·부동산 중심 지역경제에서 규제 완화와 개발 활성화의 부작용을 살피지 못한 행정·금융 시스템이 맞물려 빚어진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특정 법인이 대규모로 연속 개발에 나선다면 재무 상태와 대출 빈도 등을 점검할 장치가 필요하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한시법으로 내년 5월 종료된다. 후속 입법과 제도 정비가 늦어질 경우 피해 지원의 연속성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피해 인정과 지원 절차를 개선하고, 새로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중심의 법률 정비 등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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