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이에게]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아버지의 세례명은 사도 요한이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언니와 제가 태어났을 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늘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정겹게 불러주시던 분이셨습니다. 가족의 안부를 먼저 묻고 사소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주셨던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은퇴 후 아버지는 성당에서 특별한 봉사활동을 하셨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마주하는 일이 어찌 쉬웠겠습니까.

마음 아픈 순간도 많으셨겠지만, 아버지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기꺼이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타인의 슬픔에 묵묵히 어깨를 내어주던 아버지의 뒷모습은 우리 가족에게도 큰 자랑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아버지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아버지께서 마지막 길을 떠나실 때도 성당 공동체 식구들의 기도와 정성 어린 배웅 속에서 장례미사를 봉헌하고 평안히 떠나셨습니다. 그동안 아버지께서 배웅했던 이들의 마음이 이제는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버지! 당신이 우리에게 주셨던 기쁨과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이제는 아픔 없이 편안히 쉬세요. 사랑합니다.

-김하웅의 딸 김영은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