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중단’ 부산시의회, 전재수 시정 첫 행감서 정면충돌 예고
교통공사 사장 임명 강행 반발…인사 갈등 첫 격전지
퐁피두·라 스칼라 등 ‘전임 시정 지우기’ 집중 추궁
지난 7월 14일 열린 부산시의회 제33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전재수 부산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민선 9기 전재수 부산시정을 상대로 한 첫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다수인 부산시의회와 부산시 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강행을 ‘의회 무시’로 규정하고 협치 중단까지 선언한 시의회는 산하기관장 인선을 시작으로 전임 시정의 핵심 사업 백지화 등 전 시장의 시정 운영 전반에 대한 고강도 검증을 벼르고 있다. 다만 기존의 정치적 공방을 되풀이하거나 별다른 성과 없이 행감이 끝날 경우 시의회가 오히려 시정 견제의 명분과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정면승부가 주목된다.
부산시의회는 오는 4일부터 17일까지 부산시 각 실·국과 산하 공공기관, 부산시교육청 등을 상대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행감은 집행부의 정책 추진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 등을 점검하는 지방의회의 핵심 견제 수단이다. 제10대 시의회 출범 이후 첫 행감이자 시와 의회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열리는 만큼 향후 시정 운영의 주도권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행감의 첫 격전지는 부산교통공사 사장 인선 문제다. 시의회는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린 김태호 부산교통공사 사장에 대해 전 시장이 임명을 강행하자 이를 의회 무시 행위로 규정하고 협치 중단을 선언했다.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과 라 스칼라 초청 공연 백지화로 누적된 불만이 인사 문제를 계기로 폭발한 셈이다.
시의회는 인선의 적정성뿐 아니라 신임 사장의 조직 운영과 경영 행위 전반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태세다. 조상진 건설교통위원장은 “부산교통공사는 올해도 5000억 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신임 사장은 부임한 지 며칠 만에 노사 단체교섭 타결 도장을 찍어줬다”며 “적자를 조금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18차례에 걸쳐 협상하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인선의 적절성과 무책임한 결정을 강도 높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전 시장의 핵심 정책인 해양수도 전략과 조직개편도 주요 검증 대상이다.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시정 핵심 부서로 급부상한 해양수도전략실의 역할과 북극항로 개척 사업의 실효성 등이 주요 쟁점이다. 국민의힘 박종철 원내대표는 “북극항로 개척 사업과 신규 사업들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라며 “해양수도전략실 신설로 조직이 확대된 만큼 정책 수립 기능과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전 시정의 핵심 문화·예술사업이었던 퐁피두 부산 분관과 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를 놓고도 거센 공방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충분한 검토와 대안 없이 기존 정책을 뒤집었다며 이를 ‘전임 시정 지우기’로 규정하고 있다. 송우현 행정문화위원장은 “기존 사업을 변경하거나 중단하려면 충분한 대안과 추진계획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번 백지화에서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며 “전재수 시정에 점수를 매기자면 지우기와 외면하기에는 100점, 정책 대안과 현안 해결에는 0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시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압박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전임 시정의 실정을 부각하며 전 시장 엄호에 나서겠다는 기조다. 취임 넉 달 남짓한 전 시장에게 시정 운영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묻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실패와 퐁피두·라 스칼라 사업의 추진 과정 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민주당 한갑용 원내대표는 “취임 후 겨우 120여 일이 지났는데, 이는 박형준 전 시장의 잘못된 시정을 바로 잡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며 “전임 시정의 과오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추후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에 이번 행감에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질의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행감은 부산시와 시의회 간 주도권 다툼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